초대형 미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WSJ “비용 등 문제로 추진력 잃어”
중국에 투자 SOS… 아직 성과 없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을 지탱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자금난에 직면했다. 외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불안한 조짐을 감지한 해외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비용과 시공상 문제로 추진력을 잃었다”며 “전례 없는 실험에 국가 재정 대부분을 낭비할 뿐 실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네옴시티 사업 목표가 크게 축소됐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1세기 피라미드’로 명명한 저탄소 스마트 도시다. 사우디 북서부 약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규모 도시를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길이 170㎞의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3가지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더 라인의 공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82조원), 전체 사업비는 1조 달러(약 1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료: 네옴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
<자료: 네옴 홈페이지, 월스트리트저널>

이 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업은 네옴시티의 핵심인 더 라인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도 일부를 수주해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더 라인 전체 구간 170㎞ 가운데 2030년까지 완공될 수 있는 부분이 2.4㎞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30년 입주 목표 인원도 100만명에서 30만명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PIF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산업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PIF가 보유한 현금은 2022년 말 500억 달러에서 지난해 9월 150억 달러로 감소했다.

정부가 자금을 퍼부어 사업을 지탱하는 모델은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민간 투자처 발굴이 절실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사우디 돈을 끌어다 쓰고 싶어하지 직접 사우디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타렉 캇두미 네옴 전무이사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에서 잇따라 로드쇼를 개최해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체결된 주요 계약은 없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태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