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세르비아서 정상회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新시대 미래 위한 공동체 구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내 대표적 친중 국가 중 하나인 세르비아와 새 시대 미래를 위한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내 ‘중국 편’ 굳히기를 통해 과잉생산 등 중국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고, 이들을 활용해 미국 등 서방 국가 중심의 대(對)중국 견제 대오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오전 베오그라드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격상시키고, 신(新)시대 공동의 미래를 위한 중·세르비아 공동체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과 세르비아의 협력 범위에 대해 “한계가 없다(The sky is the limit)”라며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5년 만에 유럽 순방길에 나서 전날 저녁 세르비아에 도착한 시 주석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이 탑승한 전용기가 세르비아 영공에 진입하자 세르비아 공군이 호위 비행에 나섰고, 부치치 대통령 및 정부 주요 인사들은 베오그라드 니콜라 테슬라 국제공항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시 주석과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 대통령궁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부치치 대통령은 수천명 청중에게 “오늘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다”며 “중국, 중국”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양국 간 관계가 한층 격상됨에 따라 경제 협력도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니사 말리 세르비아 재무장관은 지난 7일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시 주석과 부치치 대통령이 29개 이상의 협정과 비즈니스 계약에 서명할 것이며, 첨단 기술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말리 장관은 “중국과 우리는 비자가 필요치 않은 국가”라며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와 생산에 장벽을 세우고 있지만, 세르비아는 완전히 개방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유럽 내 대표적 친중 국가로, 경제·외교 부문에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르비아의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 규모 2위 국가가 중국이다. 세르비아는 중국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건설 투자를 확대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0월엔 부치치 대통령이 직접 중국을 찾아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도 했다. 2021년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받아 접종했다.

시 주석이 세르비아에 도착한 날이 미국의 세르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의 25주년 당일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9년 5월 7일 미국 주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은 세르비아(당시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을 폭격했고, 이때 중국 기자들과 가족 등 3명이 숨졌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은 고의적인 조준 폭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과 세르비아는 반미 정서를 공통 분모로 우호적 관계로 발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세르비아 도착 직전 ‘폴리티카’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25년 전 오늘 나토가 무지막지하게(悍然)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피로 맺은 우정으로 만든 양국 인민 공동의 기억은 양국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아 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 주석이 직접 나서 세르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반서방 연대를 다지고, 유럽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르비아에 이어 유럽 내 또 다른 우호 국가인 헝가리까지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구멍을 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중국을 향한 ‘과잉 생산’ 등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유럽 내 파트너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EU 순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라 중국이 헝가리를 이용해 EU 내부 균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라하의 연구단체인 국제관계협회의 이바나 카라스코바 연구원은 “시 주석은 (이들 국가를 이용해) 유럽 국민들과 EU 집행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견을 뒤집으려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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